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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읽었던, 최근 암 투병 후에 회복 중에 있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 '어떤 결심'이 마음을 시리게 합니다. 고개를 끄떡이게 하고 다시 주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그렇게 살아야지 기도하게 됩니다.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요즘 힘들어 하시는 교우님들의 가정과 기업을 위해 기도하노라면 자꾸 눈물이 먼저 나옵니다. 주일 날, 손을 꼭 잡은 체 눈으로 인사하시고 오히려 걱정 말라는 소리없는 인사들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고,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아픈 법, 고통은 그렇게 마음을 베어나와 눈을 시리게 합니다. 운전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문득 문득 교우님들의 눈물젖은 눈망울들이 생각납니다. 침상에 엎드려 긴 숨 고르고 주님께 아룁니다. “주님, 그 분 아시지요? 많이 힘들 것입니다.... 꼭 이 어려움을 이기도록 힘을 주십시오.”
정말 한참 오래 전입니다. 어두운 골짜기를 지날 때였습니다. 몇 주전 서재를 정리하다가 그때 썼던 기도문이 있어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그때의 절박했던 상황이 생각났지만, 돌아보니 참 투박도 유치도 한 것 같아 읽다가 혼자 웃었습니다. 그런데 가만보니 그 때 참 간절했던 마음이 생각납니다. 참 순수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온전히 주님을 의지하고, 고난 가운데서도 주님 만나기를 소원했던 모습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든 이 때, 마음이 그리고 몸까지 아프신 분들에게 그저 부족한 저의 고백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다른 거 원하지 않습니다. 제발 저 좀 붙잡아 주십시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습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아픕니다. 나의 계획이 실패하고, 나의 소망이 저 멀리 떠나가고 있습니다. 겹쳐오는 고난 앞에서 걸음도 호흡도 아무 의미 없습니다.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비참할 정도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저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정말 밤이 너무 어둡습니다.
이젠 사람이 두렵고 세상이 무섭습니다. 가장 믿었던 사람들의 뒤에서 뿜어대는 싸늘한 냉소가 느껴집니다. 저를 향해 내려치는 그들의 칼은 보기만 해도 두렵습니다. 나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음해하고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이들이 나를 대적합니다. 마음으론 수 없이 싸워보지만 저는 그들의 이름조차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마음을 하소연하고 싶은데, 그 많던 친구들이 주위에 보이지 않습니다. 억울하고, 서럽고, 외롭습니다. 많이.
나는 광야의 당아새같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밤새 울고 또 울다가 넋을 놓았습니다. 사람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의 양은 얼마일까? 그렇게 울고나니 내 안에 내가 보입니다. 내 안에 그렇게 오랜시간 살아 있었던 분노의 모습이, 견디지 못해하는 자존심의 비수들로, 그 독한 독들이 온 몸에 퍼져 시퍼렇게 멍이 든 체로 살고 있었습니다. 겸손으로 가장된 야비한 가식과 끊임없이 누군가를 평가하는 사악한 속 마음이 그렇게 거기 있었습니다.
이런 나를 주님이 얼마나 오래 참아 주셨는지를 생각하니 더 죄송하고 서러워 또 웁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야 아버지의 품이 얼마나 고마운 곳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지독한 삶의 고통은 몇 번이나 나를 정신마저 놓게 하지만, 다시 깰 때마다 조금씩 예수님이 들어오십니다. 움켜잡은 손 펴고보니, 생각지 못했던 평안의 빛으로 채워집니다. 핏대 섰던 내 눈빛에 천국의 눈물이 고이고, 퍼렇게 독이 오른 심장이 예수님의 보혈로 다시 펄떡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하늘의 언어로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가슴에 뜨거움을 주는 언어가, 나를 살리는 생명의 언어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생각이 줄어들고, 기도가 많아졌습니다. 놀람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은은한 담대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람들로 아파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시련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함께하시는 주님 때문에 절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나를 여전히 믿어주시는 주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